신분 제도는 갑오개혁 때 이미 폐지되었지만, 1912년 조선 민사령의 시행으로 양반과 상민을 차별하던 조선 시대의 신분제 폐지는 법률상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근대 민법은 여성이 호주가 될 수 없는 등 남녀 차별이 심하였는데, 이 점이 조선 민사령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에 차별을 받았던 중인과 향리, 그리고 서북인 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졌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경제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며 대지주로 성장하거나 자식들에게 고등 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특히, 서북인 중에는 기독교로 개종하고 상공업자로 성공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반면, 전통 성리학에 집착한 양반 가문 중에는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신분제적 관습이 깨끗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주 경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양반 명문가는 다수의 하인과 식모 등을 부리고 살았습니다. 일제하에서도 신분을 과시하고자 족보를 활발하게 편찬하였습니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동일 씨족 간의 결합력이 강화되어 대종회가 만들어지고 대동보가 많이 간행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에 분포한 동일 본관의 성씨를 동족 집단으로 받아들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친족 의식이 형성되었습니다.
의식주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상투를 틀고 수염을 기르며 한복을 입는 대신, 양복을 입고 면도와 단발을 하는 남성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났습니다. 여자들의 댕기나 쪽도 점차 사라지고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단발머리로 바뀌어 갔습니다. 신발도 구두와 고무신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또한, 일제는 전시 체제기에 여성들에게는 '몸빼'라는 근로복을, 남성에게는 ' 국민복'을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중은 한복을 즐겨 입었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신여성들도 양복이 아닌 개량 한복을 입는 경우가 많았으나, 소수의 고관 가족이나 유학생 및 직업여성들 가운데는 양장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였습니다. 남성들의 한복 외출복도 도포의 통이 좁아진 두루마기로 바뀌었습니다. 의생활의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복은 한국인의 일상복의 자리를 잃지 않았습니다. 일제는 흰색 대신 색깔 있는 옷을 입도록 강요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전히 흰옷을 즐겨 입었고, 일제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위생학과 영양학이 보급되면서 전통적이 식생활의 개선이 주장되고 새로운 음식이 소개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시를 중심으로 일식, 양식, 중식 등이 새롭게 보급되었고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화학조미료가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락국수, 튀김, 단무지, 생선회와 같은 일본 음식과 함께 커피, 맥주, 비스킷, 캐러멜 등의 서양 음식이 소개되었고, 만두, 호떡과 같은 중국 음식도 수용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전통 가옥의 좌식 생활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주택이 등장하였습니다. 'ㄷ'자나 'ㅁ'자 형태로 가운데에 마당이 있는 절충형 한옥, 일본, 서구식에 전통 한옥을 가미한 문화 주택, 일본식 개량 주택에 한국식 온돌을 가미한 영단 주택이 새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난 토막이 있었는데, 이는 일제 수탈 정치가 빚어낸 도시 빈민의 상징이었습니다.
일제의 지배는 이전과는 다른 생활 규칙과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였고, 식민지적 근대 관념을 주입하였습니다. 일제는 무엇보다도 토지와 인구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통제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토지 및 호구 조사가 있었으나 미흡하였던 반면, 일제는 토지 대장과 호적 대장을 정확하고 상세하고 작성하고, 지속적으로 갱신하여 재정 확보와 통치의 기본자료로 활용하였습니다.
근대적 규율은 일상생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사망자는 공동묘지에 묻거나 화장해야 했고, 사적으로 묘지를 만들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소 등을 도살한 경우에도 도살장 이외의 장소에서는 금지하였으며, 담배를 경작할 경우에도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특히, 일제는 허가를 받은 양조장만 술을 만들도록 허용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하였으며, 민간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술을 만들 수 없게 하였습니다. 일제가 강요한 이러한 규율들은 일제의 지배에 반발하는 저항 의식을 배양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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